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분출하고 있다. 헌재의 최종 판단마저 부정하는 ‘레드라인’은 넘저 말아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탄핵 찬성’(찬탄)과 ‘탄핵 반대’(반탄)로 쪼개진 여야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 재판은 단심(單審)이고, 그 결과는 모두를 귀속하게 돼 있다”며 “우리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헌재 결정을)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며 “민주공화국의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을 승복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 언급했다.
여야 잠룡들도 잇달아 ‘헌재 승복’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후 기자들을 만나 “(헌재 선고에 대한) 승복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갖춰진 나라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승복은 항복이 아니다. 어떤 결과든 따르겠다는 진정성 있는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는 국가 혼란과 소요사태를 막을 수 있는 큰 울림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를 촉구했다. 야권에서도 김두관 전 의원이 “탄핵 찬반으로 갈라져 분노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헌재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든 대한민국은 봉합되기 어렵다”며 “여야 지도부가 공동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서로 상대의 승복 메시지가 진정성 없다며 깎아내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기각 가능성 보도가 나오자 불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과연 진정한 승복 의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는 국민의힘에서 많이 제공했다. 행동으로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받아쳤다.
윤 대통령은 아직 승복 의사를 직접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헌재의 공정한 심판을 촉구하면서도 “윤 대통령이 (결론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막판 찬탄·반탄 장외 여론전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지난 11일부터 헌재 앞에서 탄핵심판 기각·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보수 단체가 주말 서울 광화문, 경북 구미 등에서 연 집회에도 다수 의원이 참가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국회서부터 광화문까지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을 벌인 뒤 진보단체 집회에 합류했다.
정현수 이동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