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공지능(AI) 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가 최근 조정 장세를 보이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어형 상품들을 추천하고 있다. 후순위 투자가가 손실 일부 또는 전부를 충당하거나 손실 폭이 제한된 상품에 투자해 변동성 장세에 대비하자는 전략이다.
삼성자산운용은 18일 한국거래소에서 ‘버퍼형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버퍼형 ETF는 증시 하락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버퍼를 제공해 주도록 설계된 구조화 ETF다. 커버드콜 ETF처럼 상승에 제한이 있지만 하락장에서 보호 장치가 추가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변동성을 줄이고 보호 기능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미국에서는 버퍼형 ETF 시장 규모가 90조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운용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운용사들도 버퍼형 ETF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버퍼 ETF는 하방 리스크를 보호하는 게 핵심인 상품”이라며 “만약 하방을 10% 정도까지 열어두겠다고 하면, 똑같이 상승 국면에서도 그만큼 수익을 볼 수 있게 설계하는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가 나오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중에서는 후순위 투자자가 손실을 먼저 떠안아 선순위 투자자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손익차등형’ 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사 등이 후순위 투자자로 직접 참여해 일정 부분까지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국내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시장 규모는 2023년 말 1938억원에서 지난해 말 3758억원, 지난 14일 기준 4466억원으로 성장했다. 2023년 대비 130.44% 성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손익차등형 펀드는 한국투자금융그룹이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15% 수준까지 투자자 손실을 막아준다. 이 펀드는 7개의 하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데, 하위 사모펀드 모두 손익차등형 구조를 가지고 각 15%까지 손실 전액을 한투그룹이 방어한다.
최근 출시된 손익차등형 5호 상품은 ‘한국투자미국경제주도산업’ 펀드로 향후 미국 경제의 핵심축이 될 분야들에 주목해 분산 투자하는 형태다. 첨단기술과 금융산업, 에너지산업, 우주&방위산업 네 가지 분야를 토대로 하위 7개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손익차등형 상품의 수익률도 양호하다.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 1,2호’는 목표수익률인 20%를 달성해 지난해 12월 3일 조기 상환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만기 상환된 VIP자산운용의 ‘VIPTheFirst 1·2호’도 설정 후 평균 22.30% 수익률을 기록했다. KB자산운용이 출시한 ‘KB상생투게더 1·2·3호’ 역시 설정 이후 평균 3.63% 성과를 내고 있다.
황우택 한투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 부장은 “손익차등형은 고객이 운용사에 돈을 맡길 때 가장 고민이 되는 손실과 운용사의 책임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해소해주는 펀드”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