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의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노후 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고 생애주기에 따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조정된다는 점에서 TDF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연금계좌 내에서 100% 투자 가능하며, TDF ETF 상품도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생애주기 따라 자동 투자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TDF 시장 규모는 2017년 말 6800억원가량에서 약 6년 만에 15배 이상 증가해 현재 12조원을 넘어섰다. TDF는 1990년대 중반 미국 자산운용사 웰스파고에서 처음 만들어진 뒤 자산 배분 투자 상품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빈티지)을 목표로 생애주기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다. 은퇴 시점이 먼 상품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졌을 때는 그 반대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식으로 상품이 운용된다. 이러한 자산 배분 전략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 투자 전략이라고 불린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금융 당국이 2022년 7월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을 시행하면서 TDF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해 둔 방법으로 금융회사가 적립금을 굴리는 제도다.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연금 계좌 내 상품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TDF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TDF 중 수요가 많은 상품은 ‘빈티지 2050’으로, 2050년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KODEXTDF2050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 1482억5724만원이 유입됐고, 올해는 567억512만원이 들어왔다. ‘삼성ETF를담은TDF2035증권자투자신탁’과 ‘삼성한국형TDF2050증권투자신탁UH(환노출형)’에도 각각 1년 동안 826억1823만원, 729억6353만원의 자금이 몰렸다.
은퇴 다가올수록 위험 비중↓
상품별 포트폴리오는 설정된 은퇴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춘다. 삼성운용의 KODEXTDF2050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경우 지난 14일 기준 투자 구성 종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해외주식형 상품인 ‘Vanguard Total World Stock ETF’로, 26.18%를 차지한다. 이 상품은 전 세계 주식 시장을 포괄하며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위와 3위에도 글로벌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 자리하고 있어 결론적으로 해외 주식 비중이 71%가 넘는다.
반면 목표 시점이 가까운 ‘KODEX TDF2030액티브’는 위 상품과 마찬가지로 ‘VANGUARD S&P 500 ETF’가 포트폴리오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22.7%로 앞의 상품보다 1위 비중이 작다. 2~4위 상품도 주식형 상품보다 채권형 상품을 담아 위험 비중을 낮췄다.
설정 후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KODEXTDF2050액티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는 1년 수익률이 16.24%였고, 설정 후 수익률은 46.63%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50혼합자산자투자신탁’ 역시 1년과 설정 후 수익률이 각각 7.41%, 41.02%다.
마승현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미국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투자자라면 최근 미 증시 하락으로 타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TDF ETF의 경우 미국 외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싶은 고객들에게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김장호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개최한 ‘ACE TDF 투자 세미나’에서 “장기 투자는 복리 효과 극대화가 핵심이며 투자 기간에 따라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은퇴 시기와 기대수명, 고령 노동 여부 등 요건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개인화 TDF가 계속 개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린이 TDF는 학령 주기 고려
연금 계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어린이 대상 TDF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운용의 ‘미래에셋우리아이TDF’가 대표적이다. 이는 미성년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필요한 자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유일 어린이 대상 TDF다.
초·중·고교 학령 주기를 고려한 자산 배분 전략을 기반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초기에는 투자 자산을 통한 적립식 효과를 누리고 누적 금액이 커지는 만기 시점에는 안전자산의 비율을 높여 장기 적립식 투자 효과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일반 TDF 상품과 운용 방식은 비슷하나 학령 주기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3년 6월 처음 출시한 ‘미래에셋우리아이TDF2035’는 글로벌 ETF를 이용한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해 지난 1월 말 기준 설정 이후 25.60% 수익률을 내고 있다. 손수진 미래운용 ETF연금마케팅부문 대표는 “우리아이TDF를 통해 자녀 자립자금 마련과 동시에 자녀에게 좋은 투자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