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등 터진 韓기업… 中우회수출·수출통제 주의보

입력 2025-03-17 02:05

중국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갈등 격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로 해당 제품에 대한 관세가 45~49%로 오르면서 한국에서 제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국내 생산도 여의치 않다. 현재는 무관세지만 다음 달 2일 이후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제조하더라도 중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 공장에서 액세서리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B사는 일반특혜관세 제도(GSP·선진국이 개도국 수입품의 관세를 낮춰주는 제도) 해당국인 제3국에 추가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대중국 관세를 피해 타국으로 공장을 옮겼는데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국가에 적용한 GSP 혜택을 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해당 제품 판매를 우회 수출로 판단할 경우 사실상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과 관세율 차이가 없어진다.

한국의 1·2위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간 패권 다툼이 ‘관세 전쟁’으로 비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16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중 통상 분쟁 경과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의 대중국 평균 실효 관세율은 11%에서 31%로 올랐다. 미국이 지난달 4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영향이다.

무협은 대중국 중간재 수출 기업, 중국산 부품·소재를 공급받는 대미 투자 기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계·전자류 제품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품목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기계·전자류가 46.9%를 차지하는 탓이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 등을 수입하는 대미 투자 기업도 관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지만 기업들은 정확한 관세율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관세 대응 119’ 상담 문의는 지난달 18일 설치 이후 지난 7일까지 5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미주 지역 관련 비즈니스 애로 상담 실적(170건)보다 170%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미·중 통상 마찰에서 핵심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 해당 광물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핵심 원자재의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공급망이 흔들릴 공산이 크다.

국내 기업은 중국 기업의 우회 수출에 연루될 리스크와 중국의 수출통제 확대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아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민간 재고와 공공비축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 수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