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돌봄 공감도, 신앙 성숙할수록 높다

입력 2025-03-18 05:05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모두 이웃 돌봄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었으나 공감 정도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도 중에서도 신앙의 단계나 소그룹참석 여부 등에 따라 이웃 돌봄에 책임감을 달리 느꼈다.

국민일보가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최근 만19세 이상 교회 출석 남녀 성도 1000명과 한국교회 담임목사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 돌봄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목회자는 10명 중 7명(72%)이 ‘그렇다’고 답했다. 성도는 56.2%만 ‘그렇다’고 답해 목회자보다 상당히 낮았다.

목회자 중 이웃 돌봄이 필수가 아니라고 답한 경우는 ‘재정·인력 부족’을 1순위로 꼽았다. 반면 성도는 ‘교회가 영적 기관’이라는 이유로 이웃 돌봄을 후순위에 둔다고 답했다.

돌봄 책임에 대한 인식 차이는 성도 내에서도 나타났다. 신앙 실천 정도에 따라 신앙 성숙도를 1~4단계로 구분했을 때 ‘지역의 어려움을 당한 분들을 위해 봉사·돌봄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률이 1단계 31.9%에서 4단계 69.7%까지 점차 높아졌다.

교회 내 소그룹 활동 여부에 따라 지역 돌봄에 대한 책임감 정도도 달랐다. ‘지역의 어려움을 당한 분들을 위해 봉사·돌봄을 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교회 내 소그룹 활동을 하는 성도는 62.6%가 동의했으나, 소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성도는 47.1%만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웃 돌봄이 하나님의 가장 큰 계명이자, 초대교회 시절부터 중시된 일인 만큼 목회자는 원론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반면 일반 성도는 신앙 성숙도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기독교인의 이웃 돌봄 필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명석 아신대 국제교육원 교수는 “사회학자인 로드니 스타크 저서 ‘기독교의 발흥’을 보면 고대 로마 사회에서 미미한 소수였던 초대교회 시대에도 교회는 이웃 돌봄을 당연한 선교적 과제로 삼았고, 그 결과 기독교를 공인할 정도로 기독교가 확장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의 태생 자체와 존재의 의미는 이웃 돌봄으로 마태복음 22장 39절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의 실천을 위한 신앙 공동체로 형성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다문화 다 종교적인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내부 구성원을 넘어 이웃과도 하나의 돌봄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성중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은 교회의 가장 큰 계명이며 교회는 성도들이 이를 분리해 생각하지 않도록 두 가지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지속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눈에 보이는 이웃을 미워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요일 4:20)’ 이라고 강조한다”며 “눈에 보이는 이웃부터 사랑하는 게 하나님의 명령이다. 이웃 사랑이 하나님 사랑과 연결되고 함께 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