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보수 진영 내에서 탄핵 기각·각하설이 힘을 받으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여당 의원이 늘고 있지만 쌍권 지도부는 여전히 ‘광장’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에 ‘반탄’(탄핵 반대) 진영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반면 ‘찬탄’(탄핵 찬성) 측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들의 장외집회 참석을 자율에 맡긴 것을 두고 “극우 집회 참석을 방관 내지 조장한다”며 비판한다. 양쪽 모두로부터 욕을 먹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쌍권의 줄타기 행보는 보수층의 성난 민심과 조기 대선에 대비한 중도층 여론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상현 나경원 박대출 박덕흠 의원 등 상당수 여당 중진 의원은 지난 15일 서울과 경북 구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집회 현장에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없었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16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보면 ‘쌍권은 왜 보이지 않느냐’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제법 많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도 국민의힘 ‘투톱’이 탄핵 반대나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한 스탠스를 보이는 데 대해 서운해하는 기류가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집행되기 직전 여당 의원 수십명이 한남동 관저를 찾았을 때도, 이후 각종 탄핵 반대 집회에도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초 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 면회를 갔을 때도 ‘개인적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욕을 먹더라도 광장과는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중심을 잡는 게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가 장외집회에 참석하고 윤 대통령 엄호 대열 전면에 나설 경우 야당의 ‘내란 동조당’ 프레임 공세가 부각될 수 있고, 조기 대선 시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설명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