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혼란 부르는 병원 명칭, 정비 필요하지 않을까

입력 2025-03-17 23:22

평소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병·의원의 간판이 눈에 띈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잘 띄도록 큰 글씨로 병원 이름을 쓰거나 통증 관련 병원들은 척추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병원의 이름이다. 각 병원의 특성이 한눈에 드러나도록 지어졌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대학의 위상과 함께 병원 이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지역명을 병원 앞에 붙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방에서도 ‘서울’이나 ‘강남’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 걸 보면 특정 지역명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기관을 지칭하는 용어 역시 환자들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대학병원은 있지만 ‘중급’이나 ‘하급’ 병원은 없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누구나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은 마음에 상급종합병원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게다가 ‘빅5’로 불리는 대학병원들이 선호되면서, 마치 전국에서 최소 다섯 번째 안에 드는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 같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도 해당 병원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학병원들은 중증·희귀질환, 응급 환자 위주 진료에 집중하도록 개편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변화에 맞춰 ‘중증·응급 종합병원’ 같은 새로운 명칭이 필요해지는 것은 아닐까.

또한 우리나라 의사의 대다수가 전문의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은 정부의 지정이 필요한 용어로 사용된다. 또 많은 환자들이 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이라면 모두 ‘전문병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계에서 내실 있는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이라 부르듯이, 대학병원급은 아니지만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을 ‘정부 지정 OO과 특화전문병원’ 또는 ‘중점진료병원’ 같은 명칭으로 구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의 다양성은 의료 발전을 위한 긍정적 요소지만 동시에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어 필요한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국 의료란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명칭과 체계 또한 환자 중심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