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여성의 약 10%에서 발생하는 자궁내막종은 자궁 내막 조직이 원래 있어야 할 자궁 내부가 아니라 난소와 복막, 나팔관 등에서 증식하는 질환이다. 특히 난소에 붙어 나타나는 ‘난소 자궁내막종’이 가장 흔한데, 난임과 만성 골반통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최근 이런 난소 자궁내막종에 난소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법인 ‘카테터(가느다란 도관) 유도 경화술’이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슬기 교수, 영상의학과 이재환 교수 연구팀은 카테터 유도 경화술의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Diagnostic & Interventional Radi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경화술은 병변 내부에 99% 농도의 에탄올을 주입해 굳혀서 화학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인데, 기존엔 바늘을 사용했으나 경직성으로 인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반면 카테터는 몸속에서도 유연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조작할 수 있고 목표 위치에 도달한 후에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 정확하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연구팀이 2020~2022년 카테터 유도 경화술을 받은 난소 자궁내막종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시술 후 자궁내막종의 평균 크기가 98.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적 관찰한 1년간 재발이 발생하지 않았다. 난소 기능을 평가하는 항뮐러관호르몬(AMH) 수치 역시 시술 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감소가 없었다. 김슬기 교수는 17일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중요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