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사는 서화진(35)씨는 세 자녀 모두를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았다. 그는 의료진 부족으로 열악해진 병원 환경에서 쫓기듯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 전주 시내에 분만 병원이 있긴 하지만 선택지가 적고, 전북 주변 지역에서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 병원조차 찾기 어려웠다. 서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편안한 공간에서 배려받으며 태어나길 바라 조산원을 찾았다”고 했다.
전남 나주에 사는 홍주혜(33)씨도 2021년 충북 청주까지 4시간 넘게 이동해 첫째를 낳았다. 그는 “자연주의 출산은커녕, 일반 분만이 가능한 병원도 찾기 힘들었다”며 “출산을 앞두고 병원 근처 숙소를 잡아야 할지, 응급 상황에서 이동하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의료공백 속에서도 출생 과정의 최전선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출산이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 생명탄생의 기쁨을 맞이하는 일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임신과 출산 과정을 관리하는 조산사다. 조산사는 간호와 조산면허를 취득한 의료 전문가다. 의료법에 따라 의사만 출산이 어려운 이상 분만이나 의학적 처치를 할 수 있지만, 그 외 병원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조산사가 생명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낸다. 실제로 병원을 찾지 못한 산모가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일부 소방서에서는 조산사를 초빙해 응급분만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 6일 서울 영등포구 에스더기도센터에서 열린 러브라이프 주최 생명포럼에서 엄지연 자연출산센터 조산사는 “임신과 출산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명이 탄생하는 경이로운 과정”이라며 “조산사는 가정이 믿음 안에서 한 생명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정승민 둥지조산원장도 “조산사의 영어단어는 미드와이프(midwife)로 ‘여성의 곁에 있는 존재’라는 뜻을 지녔다”며 “산모의 곁을 지키며 신체적·심리적으로 함께하는 친구이자 생명을 지키는 ‘믿음의 동역자’”라고 설명했다.
조산사가 강조하는 출산 돌봄의 핵심은 ‘함께하는 출산’이다. 조산사는 임신, 출산, 산후 회복까지 여성과 가족을 지속해서 돌보며 생명의 탄생을 기쁨으로 맞이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조산사의 역할은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존중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 사역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산원에서 미혼모 사역도 하는 정 원장은 “크리스천 의료인과 조산사들이 생명을 선택한 여성들의 가족이자 친구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혼모들과 일대일로 소통하며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함께하다 보면 깊은 유대가 형성된다”며 “그 과정에서 낙태를 고민했던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기로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고 했다.
조산사들은 생명을 살리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 제목도 나눴다. 정 원장은 “오늘날에도 히브리 산파(출 1:17)와 같은 조산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했다. 엄 조산사 역시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은 생명을 품고 돌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생명의 탄생을 존중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가운데 한 생명을 향한 사랑과 가치를 회복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