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6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 찬반 단체들이 주최한 집회가 이어졌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헌법재판소 선고 당일 극단적 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집회에 참가해 힘을 보태고 심지어 단식, 삭발까지 하는 실정이다. 과열된 여론을 진정시키고 선고 후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여야가 ‘탄핵심판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광화문과 안국역 일대에서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연 뒤 마포대교를 건너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했다. 보수 관련 단체들은 광화문과 한남동 관저 인근, 안국역 주변 등에서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난동 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자 경찰은 선고 당일 최고 수준 대비 태세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탄핵심판 선고 승복을 약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상당수 정치인들은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해 강성 발언 등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 지지층을 향해 헌재에 대한 압박을 부추기다 보니 국민의 절반 정도는 헌재의 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의사까지 내비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내 생각과 달라도 헌재 심판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54%에 그쳤고,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권 원내대표는 여야 지도부가 함께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여야 당 대표 간 기자회견이든, 공동 메시지든, 어떤 것이든 간에 승복 메시지를 내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호응하길 바란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유튜브 채널에서 헌정 질서에 따른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얘기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여야 대표가 함께 나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거나 공동 메시지를 내서 이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윤 대통령의 승복 약속을 받아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탄핵심판 선고 후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가 함께 탄핵심판 선고에 승복하겠다는 것과 선고 이후 지지층 설득에 앞장서 국론 분열을 막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