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또다시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지칭했다. 북·미 대화가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실제 인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며 “확실히 그는 뉴클리어 파워”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고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되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 때도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불렀다. 이번에는 인도, 파키스탄과 동급으로 취급하면서 추후 북·미 회담 때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를 줄이는 ‘핵군축 협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뉴클리어 파워’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핵보유국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평가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당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가 관리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스몰딜’을 하고 싶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구슬리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을 반복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기 위한 고도의 사전 작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첫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적인 발언과 달리 북한은 날 선 메시지를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의 글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언급하며 “뻔뻔스러운 악의 제국의 시대착오적인 작태”라고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미국 우선주의의 본질은 “극단적인 배타주의, 양키식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