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민감 국가’ 지정, 두 달 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입력 2025-03-17 01:10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한 걸 정부가 두 달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민망하다. 비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이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한·미 간 외교·안보 채널도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지난 1월 국가안보와 핵 비확산, 테러 지원 우려 등의 이유로 지정하는 민감 국가 명단에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한국이 민감 국가 중 위험 국가나 테러지원국이 아니고 이스라엘과 대만과 같은 등급인 ‘기타 국가’로 분류됐다고 하더라도 민감 국가에 오른 것만으로도 원자력이나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이런 민감한 정보를 언론보도 전까지 정부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외교안보 라인의 기강해이다.

미 에너지부는 민감 국가 지정으로 한국과의 과학기술협력에 새로운 제한이 없다고 밝혔지만 파장이 없을 수 없다. 당장 다음 달 15일부터 민감 국가 리스트가 적용되면 미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소 등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신원조회 등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감 국가에 포함된 이상 미 정부 기관은 물론 미 정부 기금을 지원받는 대학 등 민간연구소들도 한국과의 협력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국이 왜 민감 국가에 포함됐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미국이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부터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한국군의 이동을 미 정부가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공식 통보와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정치적 주장과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이 대부분인 민감 국가 명단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것은 자칫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을 겨냥한 관세 폭탄이 한국에도 예외 없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고 하더라도 한·미 양국 정부 간 소통이 중단돼선 안 된다. 오해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