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주의에 고전하는 차업계… 그래도 “포기 못 해”

입력 2025-03-17 00:52
중국 베이징의 현대차 공장 내부 모습.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공장을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현지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전략을 튼 거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철수냐, 추가 투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중국 생산 물량의 올해 수출 목표를 1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배가량 많은 수치다.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 가운데 17만317대를 칠레·페루·사우디·베트남·필리핀 등에 수출했다. 현대차그룹이 중국공장을 수출 기지로 활용하는 이유는 중국 현지 판매량이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14만2000대를 찍었던 판매량은 지난해 12만5127대까지 8년 새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충칭 공장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중국 공장을 5개에서 2개로 줄였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부분 업체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세웠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브랜드 혜택 몰아주기와 중국인의 애국주의 소비성향이 걸림돌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1위 자동차그룹 토요타는 ‘추가 투자’를 선택했다. 토요타는 올해 초 중국 상하이에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렉서스는 그동안 일본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했다. 신규 공장의 초기 생산 능력은 연간 10만대 수준이다. 2027년 가동이 목표다. 혼다는 지난해 1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전기차 생산 특화 공장을 세웠다. 기존 공장 생산량까지 합치면 중국에서 연간 24만대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다.

중국 현지 생산에 공을 들이는 대표적인 기업은 테슬라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메가팩토리’가 지난달 가동을 시작했다. 테슬라가 미국이 아닌 국가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지 면적만 20만㎡에 달한다. 축구장 30개를 합쳐놓은 규모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 배터리를 연간 1만개가량 생산할 수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물밑에서 몇몇 완성차업체와 현지 사업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면 닛산은 지난해 6월 중국 창저우 공장을 폐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