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에서 중학개미(중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로.’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21억 달러(약 163조원)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65% 증가한 사상 최고치였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생겼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 경기 침체 불안 등으로 서학개미들의 투자 방향이 바뀐 것이다. 여기에는 수익률이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10개 기업 주가와 각종 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1개월여 평균 수익률은 -30.16%였다. 순매수 1위인 테슬라 주가는 45.74% 급락했고, 8위 엔비디아도 22.77% 하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13일 기준 938억 달러(136조)로 떨어졌다. 서학개미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눈을 돌린 곳은 중국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홍콩 주식 시장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50위권에 중국의 샤오미와 중국 전기차 1위 BYD가 이름을 올렸다. 샤오미는 9269만 달러 순매수를 기록해 8위, BYD는 7120만 달러로 15위였다. 홍콩 주식 보관액도 지난 13일 기준 23억 달러(3조원)로 한 달 새 약 18%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이 최근 ‘오징어 게임 주식 시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미국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기준 미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62조 달러)의 0.2%에 불과하지만, 특정 틈새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투자 행태를 ‘오징어 게임’에 비유했다.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위험한 게임에 뛰어들듯 한국 투자자들도 빠르게 부자가 되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에 나선다며 대부분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깊이 새겨볼 대목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