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휴머노이드

입력 2025-03-15 00:40

사람과 닮은 로봇을 말할 때 떠올리는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 사이보그 같은 용어는 비슷해 보여도 조금씩 개념이 다르다. 사람처럼 머리·몸통·사지를 가졌으면 휴머노이드, 피부 등 더 사람 같은 외형과 동작을 구현하면 안드로이드, 인체를 기계로 바꿔 개조하면 사이보그라고 한다. 기계를 사람처럼 만드는 구상은 그리스 신화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는데, 이는 우리가 사람에게 편하도록 문명을 일궜기 때문이다. 두 발로 오르는 계단, 팔로 물건을 꺼내는 선반, 두 손으로 다루는 공구 등 사람 형상을 해야 가능한 일이 많아 휴머노이드 개발을 시도해왔다.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처음 두 발로 걸은 와봇(1971년), 처음 계단을 오른 P2(1997), 처음 달린 아시모(2000)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정책적 지원에 뛰어들었다. 누군가 들어가 냉각수 밸브를 잠갔다면 2차 폭발을 막았을 거란 지적에 그런 일을 시킬 휴머노이드를 만들자면서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 2012~15년 재난 구조 로봇 대회를 열었다. 재난 현장에서 돌무더기 헤치고 걸어가기, 문 열고 건물에 들어가기, 소방호스 연결하기 등의 과제를 수행하는 대회에서 한국 카이스트의 휴보가 1위를 했다.

이후 휴머노이드의 신체 기능은 빠르게 발전해 자전거를 타고(링시X2), 쿵푸를 하고(G1), 덩크슛과 종이접기(아폴로), 청소와 빨래(네오 감마), 냉장고 정리(헬릭스)를 하는 수준이 됐다. 다음달 베이징에선 사람과 휴머노이드가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 열린다. 이런 로봇이 이제 인공지능(AI) 두뇌를 장착해가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한 아폴로는 농구를 배운 적이 없는데 “덩크슛을 해보라” 하자 스스로 판단해서 링에 공을 넣었다.

2~3년 안에 인간을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이 나오고 5년 안에 집집마다 휴머노이드를 두는 세상이 올 거라 한다. 이러다 SF영화에서처럼 반려견의 동물권을 넘어 휴머노이드의 ‘로봇권’을 논하게 되는 날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