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을 돈) 43%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야당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화답했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 협상에서 보험료율(내는 돈)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미세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는데 그 고비를 넘기게 된 것이다. 꽉 막힌 탄핵 정국에서 모처럼 찾아온 낭보다. 흔치 않은 기회를 잘 살려 국정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은 저출생·고령화로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는 급증해 30년 후 기금이 고갈될 상황에 놓였다. 하루 885억원, 연간 32조원씩 적자가 쌓여 국가 존속 차원에라도 개혁이 시급했다. 하지만 합의 목전에서 멈춰서길 반복했다. 모수개혁 중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올리는데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서 매번 막혔다. 노후 보장(민주당)과 기금 고갈 방지(국민의힘)가 명분이나 정작 격차는 미미했다. 소득대체율에서 국민의힘은 42∼43%, 민주당은 44∼45%를 고집하다 43%, 44%안까지 좁혀졌고 최근엔 국민의힘이 43.5%까지 제시했었다. 그야말로 한 끗 차이였는데 민주당이 여당의 기존 안을 전격 받아들여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은 수용 조건을 달았다. 국가의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의 3가지였다. 또 여권이 도입하자는 자동조정장치(인구·경제 변화에 보험료율 등 연동)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어깃장으로 볼 건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정부 개혁안에 출산·군 복무 등을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크레딧 제도’ 확대 등이 포함됐다. 국고 지원 규모나 시점에 이견이 있지만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향후 구성될 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 차원으로 논의하면 될 일이다.
‘더 내고,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부담과 불만이 없을 수 없다. 18년간 개혁이 멈춘 이유였다. 역설적으로 국정 공백기이자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나기 전인 지금이 여야 부담이 덜해 개혁 추진의 적기일 수 있다.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이달 안에는 개혁안을 처리하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이를 계기로 다음 주부터 민주당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훈풍이 반도체특별법 등 다른 민생법안으로 불면 더할 나위 없다. 개혁과 협치의 선순환이야말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