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얼굴 바꾸고 다시 태어납니다

입력 2025-03-16 23:15 수정 2025-03-16 23:33
게티이미지뱅크

식품업계가 회사 얼굴격인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바꾸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 위치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글로벌·신사업 진출을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최근 새로운 기업 슬로건·CI(기업 아이덴티티) ‘건강한 시작’을 공개했다. ‘기업의 건강한 변화’와 ‘건강한 제품’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담았다. 지난해 홍원식 전 회장 일가에서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남양유업은 새 슬로건과 CI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혁신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표 제품인 ‘맛있는우유GT’ 로고의 곡선형 폰트를 적용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향성을 담았다. 또 스마일 입 모양을 형상화한 심볼은 제품을 담는 그릇이자 만족하는 소비자의 웃음을 뜻한다.

남양유업은 전 제품 패키지를 비롯해 사업장, 유니폼, 사원증, 명함, 공식 디지털 플랫폼 등 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CI와 슬로건을 순차 적용할 예정이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 사장은 “이번 개편은 남양유업의 브랜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고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접점을 확대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브랜드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8년 만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기존 건강한 데일리 베이커리의 브랜드 철학은 이어가면서 제품과 공간의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신규 BI는 브랜드명(TOUS les JOURS)을 활용한 ‘TLJ’를 팻네임으로 적용했다.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등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도 염두에 둔 개편으로 풀이된다. 뚜레쥬르는 연내 미국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스빌 지역에 미 현지 생산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새로운 BI(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서울 강남직영점과 카페 프랜차이즈 파스쿠찌 부산 센트로서면점 매장 전면의 모습. 남양유업과 파스퇴르, 카스도 새로운 철학과 방향성이 담긴 브랜드 로고를 공개하며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각사 제공

지난해 말 서울 강남역에 신규 콘셉트 매장 ‘뚜레쥬르 강남직영점’을 오픈했다. 회사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고 최신 트렌드가 모여있는 핵심 상권에서 소비자들에게 뚜레쥬르의 새로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는 지난달 리브랜딩에 나섰다. ‘센스 오브 이탈리아’를 슬로건으로 일상에서 이탈리아의 감성을 전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BI에는 에스프레소 특유의 황금빛 크레마를 상징하는 골드 색상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했다.

롯데웰푸드의 유가공 브랜드 ‘파스퇴르’도 브랜드 재정립에 나섰다. 고품질의 우유 브랜드 가치는 이어가되 ‘우유 기반 영양’ 브랜드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새로운 BI(로고)를 적용하고 향후 생애주기별 맞춤 영양 설계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와 자기 관리·건강 추구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고품질 우유 이상의 가치를 전달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도 비주얼 브랜드 아이덴티티(VBI) 리뉴얼을 단행했다. 맥주 시장 1위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신선함과 혁신의 가치를 강화해 도약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이번 리뉴얼은 다음 달부터 카스의 전 제품과 광고 영상에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 BI·CI 개편 작업은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에 가치를 더하는 과정”이라며 “소비자에게 새롭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가맹점주와 직원들에게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