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했다. MG손보 노동조합의 반대로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는 등 인수 작업에 차질을 빚은 끝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MG손보는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데, 이 경우 보험계약자 124만명이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3일 자회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MG손보의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 차이 등으로 그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MG손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었으나 MG손보 노조 반발로 인수 절차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법적으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의 인수 추진이었으나 노조가 전원 고용 승계를 주장하며 실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메리츠화재가 직원 10% 고용 승계와 비고용 위로금 250억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19일 예금보험공사에 노조의 완전한 협조와 수용 가능한 고용 조건 등을 담은 합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같은 달 28일까지 조치가 없다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후 지난 12일로 예정된 회의에 MG손보 노조가 불참하자 지위 반납을 통보했다.
메리츠화재가 발을 빼면서 MG손보는 청산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43.4%로 법정 기준인 100%에 턱없이 모자란다. MG손보의 인수 가격은 2000억~30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가량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청산 결정 시 당장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해약환급금 등을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보호받지 못한다. 다른 보험사로의 계약 이전도 어려워 같은 조건의 보험을 유지할 수도 없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 보험 계약자 수는 124만4155명이다. 이중 계약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개인은 2358명으로 피해 규모는 737억원으로 추산된다. 법인은 9112곳이 1019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집계됐다. MG손보 직원들은 청산 결정 전까지 고용이 유지된다.
이번 인수 포기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메리츠화재·증권·캐피탈 3사는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으나 홈플러스가 돌연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채권 회수 시점이나 규모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메리츠화재는 “홈플러스 회생과 무관하게 결정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이날 “(MG손보)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했다”며 “시장에서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이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 관계자는 “MG손보는 청산 결정을 늦추기 위해 애쓰겠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MG손보 매각 절차가 오랜 기간 진행돼왔고 기본적으로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