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그룹을 일궈낸 김범수(사진) 창업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수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1년 전 야심차게 인수한 포털 사이트 ‘다음’도 분사하는 등 카카오 내부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13일 김 창업자가 카카오 CA협의체 공동 의장직과 경영쇄신위원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가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수술, 입원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창업자가 사임한 CA협의체는 그룹 내부 문제와 경영 방향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김 창업자 사임 이후 경영쇄신위원회 업무는 CA협의체에 흡수되고 의장은 정신아 대표가 단독으로 맡는다.
투병에 들어간 김 창업자는 지난 몇 년간 여러 풍파에 시달려 왔다. 2023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수사당국은 김 창업자가 공개 매수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경쟁사를 방해하기 위해 공개매수가를 지속적으로 높였다고 봤다. 결국 그는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100일 만에 풀려났지만 여전히 불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매출 부풀리기 의혹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다.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 다음의 분사도 추진한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을 인수합병하고 2년 전인 2023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는데 이를 다시 콘텐츠 CIC로 전환해 분사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다음 CIC를 분사할 경우 카카오와 별도의 법인으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CIC 변경 이후 카카오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성과를 강화하고자 브런치스토리·티스토리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음을 운영해 왔다.
카카오의 계획대로 다음 CIC가 콘텐츠 CIC로 전환될 경우 양주일 현 카카오톡 부문장이 유력한 수장으로 꼽힌다. 기존 직원들의 인사이동 가능성은 있지만, 매각이 아닌 분사인 만큼 최대한 개인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콘텐츠 CIC로의 전환에 대해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이버·구글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포털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는 2023년부터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계열사 수십 곳을 매각해 왔다. 한때 네이버와 함께 시장을 양분했던 다음의 현재 점유율은 2%대에 불과하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