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낸드 가격 10% 인상”에 시장 훈풍 솔솔

입력 2025-03-14 00:23
연합뉴스TV 제공

미국 내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기업들이 큰 폭의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낸드 업계가 가격제품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감산 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따른 수요 회복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낸드 가격 상승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도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최근 고객사에 다음 달 1일부터 낸드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하겠다고 공지했다. 샌디스크는 가격 인상 정책이 모든 제품에 적용되며 올해 2분기 추가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수요가 공급 수준을 넘어서게 될 것이고, 몰리는 주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주문 처리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도 전했다.


샌디스크는 미국 스토리지(데이터저장장치) 기업 웨스턴디지털이 2016년 인수한 낸드 제품 생산 기업으로 최근 웨스턴디지털로부터 재분사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어 미국 내 다른 낸드 생산 기업들도 샌디스크 가격 정책 흐름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시장 점유율 4위 마이크론도 낸드의 가격 인상을 확실시했다.


그동안 낸드는 업황 둔화로 제품 가격이 계속 내림세를 보였다. 낸드 128기가비트(Gb) 16Gx8 멀티레벨셀(MLC) 범용 제품 평균 판매 가격(ASP)은 지난해 2월 4.9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에 2.08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지난달에 2.29달러를 기록하며 가격 상승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업황 회복은 낸드 생산 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고 조정을 위한 감산을 시행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PC 등에 탑재되는 범용 제품의 재고가 크게 늘자 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감산을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낸드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약 10%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양사는 범용 낸드 생산 라인을 선단 제품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 전환 과정에서 많은 설비 교체가 필요해 단기적인 생산량 감축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 보조금 지급 정책도 수요 견인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구환신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낡은 소비재를 새것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제품 가격의 2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중국은 올해부터 이구환신 지급 범위를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개인용 디지털 기기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진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보조금 정책 변화가 유의미한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도 2023년을 저점을 찍고 올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