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상법 개정 후폭풍으로 소송 남발 시 국내 상장회사의 86%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주요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과 경제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다. 앞서 이날 상법 개정안이 통과한 즉시 주요 경제단체는 논평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인수·합병, 투자 등이 차질을 빚어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며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배당 요구,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행위 등이 빈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가 상법 개정안에서 우려하는 대목은 이사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총)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자본시장 발전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모든 경영상 의사결정에 대해 법적 리스크를 지도록 하는 것은 실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특히 상법 개정 시 가장 취약한 고리는 대기업이 아닌 상장사의 86%(중소기업 1092개사, 중견기업 968개사)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인 점이 문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행동주의펀드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10배 늘었는데 9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미래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확보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야권 의원실 문이 닳도록 찾아가 부작용을 설명했고 국회에서도 경영계 우려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다수의 힘과 선거가 맞물려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서 포퓰리즘이 무섭다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