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전 압박’ 속 군복 입고 쿠르스크 찾은 푸틴

입력 2025-03-13 18:45 수정 2025-03-13 23:5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서부 쿠르스크의 군 사령부에 들어서고 있다. 푸틴의 쿠르스크 방문은 지난해 우크라이나군이 이 지역을 기습 공격해 일부 영토를 점령한 이후 처음이다. TAS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12일(현지시간) “이제 러시아에 달렸다”며 “러시아로부터 휴전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미국 정부) 사람들이 현재 러시아로 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는 그와 아직 얘기를 안 해봤다”며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 제재를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럴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 매우 나쁜 것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측 카운터파트와 통화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는 고위급 채널을 통해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는 13일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면담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게 “러시아가 동의한다면 며칠 안에 휴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발표할 성명과 관련해 “우리는 모두 러시아의 반응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며 그들에게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는 가운데 푸틴은 12일 녹색 군복 차림으로 서부 쿠르스크 최전선의 지휘소를 방문해 자국 군대를 격려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가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던 쿠르스크 영토를 되찾은 군대를 격려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붙잡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러시아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또 “쿠르스크에서 적을 패배시키는 임무가 완수되고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이 지역 영토가 해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최근 반격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했던 쿠르스크 영토의 86% 이상을 탈환했다고 푸틴에게 보고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 휴전에 합의한 이튿날 푸틴이 군복을 입고 격전지 쿠르스크를 찾은 것을 두고 휴전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에선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하기 전까지는 휴전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크렘린궁 상황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대로 휴전이 이뤄지기를 원하며 합의까지 시간을 질질 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