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교육비 역대 최고인 30조원 육박한다는데

입력 2025-03-14 01:10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9조원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원을 넘었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이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정부의 각종 대책이 무색할 만큼 사교육 비용이 치솟고, 사교육 저연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인데 우려스럽다.

13일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이다. 1년 사이 학생은 8만명 줄었는데 사교육비 총액은 2조1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초·중·고교생의 80%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지출은 59만2000원이다. 이 같은 사교육비 증가는 공교육 불신에서 기인한다. 수시로 바뀌는 교과과정과 불안한 입시제도가 주원인이다. 고교학점제와 대입 개편 등 현재 고교 1학년생부터 교육 입시제도가 완전히 바뀌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만 온전히 믿고 따라가기는 힘들다. 의대 정원 논란으로 1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수험생의 불안을 키웠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했지만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을 막진 못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번에 정부에 의해 처음 공개된 영유아 사교육 시장 실태 조사다. 서울 강남에는 기저귀 차고 ‘4세 고시’(영어유치원 레벨테스트)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대치동 엄마’를 패러디해 화제가 된 개그맨 이수지의 유튜브 영상에선 4세 아이 ‘제이미’의 배변 훈련과 제기차기도 사교육 대상이 될 정도다. 결국 답은 공교육 정상화일 것이다. 취학 전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향 평준화된 유보통합(유치원·보육서비스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돌봄 대용으로 다니는 학원 수요를 줄이기 위해 늘봄학교를 안착시키고, 예측 가능한 입시제도를 안정시키기만 해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