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뉴 노멀’로 여겨졌던 이른바 ‘그린 뉴딜’이 기로에 서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예고한 대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2일(현지시간) 그린 뉴딜 정책의 폐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승용차 배출가스 규제기준을 ‘재고(reconsider)’하고, 그동안 미국 환경정책의 근거가 돼 온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린 뉴딜에 따른 사회적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각종 규제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 인프라를 바탕으로 산업을 육성해 고용까지 아우르는 혁신을 이끌겠다는 경제 정책 방향이다. 화석연료 대신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경제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처음 썼고, 이듬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캠프 공약에 포함시켰다. 2019년 2월 민주당 하원의원 64명과 상원의원 9명이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개념은 유럽에선 ‘유럽 그린딜’로 공식화됐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형 그린 뉴딜’로 발표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반 산업 재편에 따른 부작용,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이 문제로 불거졌다.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가 핵심 의제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 탄소중립 정책 후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그린 뉴딜 정책 폐기를 선언한 리 젤딘 EPA 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 13일자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그린 뉴딜을 “그린 뉴 스캠(사기)”이라고 했다. “우리는 ‘기후변화 종교’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넣으면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린 뉴딜을 사이비 종교에 빗댄 셈이다. 위기에 처한 그린 뉴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