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무용수들이 풀어낸 한국춤의 멋… 국립무용단 ‘미인’

입력 2025-03-15 00:11
국립무용단 ‘미인’의 창작진으로 참여한 신호승 아트디렉터, 서영희 패션 스타일리스트, 정보경 안무가, 양정웅 연출가(왼쪽부터). 국립극장 제공

“한국의 미(美)를 ‘미인’에서 보여주고 싶습니다. 민속춤의 흥과 멋을 통해 조선 시대 신윤복의 ‘미인도’ 같은 전형적인 미인만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다양한 21세기 ‘미인도’를 제시하겠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 연출로 유명한 양정웅 연출가가 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미인’ 기자간담회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인’은 4월 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무용단의 올해 첫 신작이다. 국립무용단과의 첫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양 연출가가 자신감을 보인 것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석한 창작진의 면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미인’에는 양 연출가를 비롯해 국내 예술계의 내로라하는 스타 창작진이 뭉쳤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한국무용 코치로 활약한 안무가 정보경, 밴드 이날치 리더이자 영화·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장영규, 한국 1세대 패션 스타일리스트 겸 디자이너 서영희, 에스파·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는 아트디렉터 신호승 등이다. 양 연출가는 “‘어벤저스’라고 해도 좋을 만한 창작진을 모았다”면서 “창작진의 취향이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총천연색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을 보여 드릴 것”이라고 소개했다.

총 2막으로 구성된 ‘미인’은 신윤복의 ‘미인도’를 연상시키는 여백의 미를 담은 무대로 시작한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무용수의 독무를 시작으로 산조&살풀이, 칼춤, 놋다리밟기, 승무&나비춤, 강강술래, 북춤, 부채춤, 베 가르기, 탈춤 등 11개의 민속춤이 60분 동안 빠른 전개로 펼쳐진 뒤 ‘미인도’ 속 미인 주위로 무용수들이 모이며 막을 내린다.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들만 출연하는 것이 특징이다. 29명의 여성 무용수는 정교한 몸짓과 강렬한 에너지의 대비를 동시에 담아낸다.

국립무용단 ‘미인’의 콘셉트 이미지. 보그코리아 제공

그런데, ‘미인’은 과거부터 전해오는 민속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남성 무용수의 춤인 탈춤을 여성 무용수들의 피날레 공연으로 구성하는가 하면 무용수들에게 탈을 씌우지 않는 등 ‘변주’를 했다. 정보경은 “국립무용단은 미래의 고전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미인’은 전통적 형식미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춤으로 구성했다”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춤의 다양한 매력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남성 무용수들만 출연했던) ‘스테이지 파이터’를 통해 춤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여성 무용수들의 매력도 소개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화려한 미장센이 특기인 양 연출가는 이번에 패션 칼럼니스트 서영희와 아트디렉터 신호승과 함께 볼거리 가득한 무대를 선보인다. 의상·오브제 디자인을 맡은 서영희는 30여 년간 ‘보그 코리아’에서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K-패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이번에 삼베·모시·실크·벨벳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500여 점의 의상과 오브제로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미장센을 구현한다. 서영희는 “오랜만에 디자이너로서 직접 의상을 만들었는데, 한복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번 작품에서 패션을 입은 한국 춤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무대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창작진 팀워크가 매우 좋아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호승은 지름 6.5m의 대형 에어벌룬과 무대를 가로지르는 26m의 대형 천과 족자 형태의 LED 오브제 등으로 강렬한 무대를 구현하고, 장영규는 꽹과리·거문고·장구 등 한국 전통 악기의 사운드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관객까지 춤추게 할 강렬한 음악을 선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