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경청이 관계 변화 이끈다

입력 2025-03-14 03:07

잘 듣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좋아하는 사람의 말에는 귀를 열어도, 꺼리는 사람의 말은 소음처럼 들리곤 한다. 듣고 싶은 말과 들어야 할 말, 취해야 할 말과 버려야 할 말을 구별하려면 우선 잘 듣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저자 윌리엄 밀러 박사는 오랫동안 심리학과 정신건강의학을 가르친 임상심리학자다. 내담자 중심의 상담법 ‘동기 강화 면담’을 고안한 그는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개선하기 위해선 경청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경청의 기초엔 정확한 공감이 따라야 하며 이는 무엇보다 마음의 습관, 즉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때 가능하고 말한다. 내 행복만큼 타인의 기쁨을 바라는 열망이 경청의 첫째 자질인 셈이다.

저자는 특히 ‘반영적 경청’을 통해 호응을 유도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적극적 경청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반영적 경청은 귀로 듣고 입으로 반응하며 마음을 다해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듣겠다는 정서적 반응과 듣기 위한 질문이 반영적 경청의 핵심이다.

정확한 공감과 반영적 경청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다. 친밀한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고 막힌 담 같은 불통의 관계도 해소한다. 자기 생각을 어떻게든 알리겠다는 각오보다는 충분할 정도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충분한 경청은 양질의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는 저자는 잘 듣는 것이 관계의 변화와 진전을 이끈다고 말한다. 신뢰의 텃밭을 만들려면 경청의 밑거름이 단단히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뜨거운 쟁점과 무거운 주제로 으르렁거렸어도 서로 듣기를 중단하지 않은 사이라면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도 회복될 수 있다.

인간인 이상 완벽히 상대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대에게 귀 기울이겠다는 태도에서 일치와 소통의 감각이 살아날 수 있다. 잘 듣는 일은 내 삶에 상대를 들이겠다는 초대이자 그의 생각을 존중하겠다는 동의의 표현이다. 신뢰와 협력이 무너지고 갈등과 혐오가 증폭하는 시대의 풍경에선 잘 듣는 사람보다 핏대를 올리며 거친 말을 연신 쏟아내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대화가 실종된 삭막한 사회에 샘물 같은 이야기가 찾아오길 바란다면, 먼저 들어라. 귀 기울일 수 있는 아름다운 당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라.

강경희 대표<갤러리 지지향·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