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서점에서 만난 이야기

입력 2025-03-14 00:31

지난주 경남 진주에 있는 진주문고에서 낭독회를 했다. 시인 여섯 명이 돌아가며 시를 읽는 이색 낭독회였다. 이름하여 ‘6인 6색 메아리 낭독회’. 김현, 강우근, 구윤재, 박성진, 정고요 시인까지. 갓 등단한 시인부터,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돌림노래를 부르듯이 여섯 명의 목소리가 낭독회장에 울려 퍼졌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청중에게 낭독을 요청하게 됐다. 보통 쑥스러워하거나 눈치를 보게 마련인데, 뒷줄에 앉은 한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번쩍 손을 들었다. 가슴에 뭔가 반짝였다. 배지였다.

그는 낭독을 마친 뒤, 자신을 진주시의원이라고 소개했다. 얼마 전 “지역 서점 지원과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는데 통과됐다”라는 소식도 전했다. 종종 낭독회를 해왔지만, 시의원이 자발적으로 참석한 낭독회는 처음이었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드문 일이었다. 정치인이 공약만 내세우고 현장에 직접 오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던 터라, 내심 반가웠다. 이런 행사를 통해 책의 가치를 나누며, 상생을 도모하는 이들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비로소 확인한 셈이었다.

마이크는 다시 청중에게 돌아갔다. 시인만 시를 들려준 게 아니었다. 서점을 찾은 이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낭독회가 끝나고 나서는 김언희 시인이 후배 시인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후한 대접을 받았다. 흥겹고 왁자한 뒤풀이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서울 가는 기차 안에서 내면에 남은 잔상을 복기했다. 진주성의 빛바랜 깃발과 촉석루를 휘돌아 흐르던 남강의 잔물결. 이제 진주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진주문고’가 떠오른다. 낯선 여행지에서 문득 떠오르는 장소가 서점이라면, 당신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겠다. 서점은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우연한 만남과 이야기가 전개되는 곳이다. 당신만의 고유명사가 될 서점이 거기에 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