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에 가면 BMW그룹의 소형 프리미엄 브랜드 미니(MINI)의 ‘클래식 미니’와 ‘뉴 미니 쿠퍼’가 전시돼 있다. 모형 자동차가 아니다. 시동을 걸면 당장이라도 주행이 가능한 진짜 자동차다. 이 차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곳에 있었다. 미니의 차량이 품고 있는 감성과 트렌디함이 스타벅스 매장 분위기와 어울린다는 판단에서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 오는 5월 1일부터는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쿠퍼’와 ‘더 뉴 올 일렉트릭 미니 에이스맨’으로 차량을 교체한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신형 전기차다.
미니는 이곳에 청음실도 마련했다. 여기서 들을 수 있는 건 음악이 아니라 미니 전기차의 가상 배기음이다. 엔진 대신 모터를 탑재하는 전기차에는 엔진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제조사는 운전자에게 주행하는 느낌을 주고 사고 위험도 줄이기 위해 가상의 소리를 넣고 있다.
대리점 안에서 고객을 맞이하던 전시차를 카페로 옮긴 건 미니만이 아니다. 일본 브랜드 혼다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카페 ‘더 고’(the go)를 만들었다. 일상에서 혼다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름에 있는 ‘go’는 일상에서 이동의 즐거움과 모빌리티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로고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타이어에서 영감을 얻어 형상화했다. 이곳에선 혼다 차량과 모터사이클의 주요 모델을 시승할 수 있다. 카페인데 시승센터 역할도 하는 셈이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해 원하는 고객에게 차량에 대해 설명해 준다. 혼다는 지난해 11월 이곳에서 피아니스트 연주회와 팝페라 공연을 했다. 커피 브루잉 클래스, 지식 강연, 토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르노코리아는 1995년 건립한 성수 사업소를 전면 개편해 지난해 4월 복합 문화 공간 ‘르노 성수’를 만들었다. 단순히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정비를 받는 공간을 넘어 르노의 본사가 있는 프랑스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이를 위해 프랑스 본사의 디자인팀이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자동차 전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완성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당장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카페가 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비대면 자동차 전시장도 문을 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부산 수영구에 410㎡ 규모의 ‘캐스퍼 스튜디오 부산’을 오픈했다. ‘캐스퍼 스튜디오 송파’에 이은 두 번째 캐스퍼 전용 전시 공간이다. 별도 예약 없이 입구에 위치한 키오스크에서 마이패스 출입증을 발급받아 이용하면 된다. 스튜디오 내부에 방문객이 원하는 음악이 재생된다. 사전예약을 하면 비대면으로 시승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언뜻 기름때 묻은 정비복을 떠올리기 쉬운 자동차 정비소도 변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계열사 한국카앤라이프는 지난 1월 슈퍼카·수입차 전문 정비센터 소닉(SONIC) 도곡점을 자동차 문화 복합 공간으로 다시 열었다. 호주식 수제 도넛을 파는 ‘퀸즈베리 도넛하우스’가 입점했다. ‘핫플’로 주목받고 있는 카페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일방향으로 차량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던 공간을 고객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양방향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색다른 자동차 문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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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