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담합’ 1100억대 과징금에… 이통3사 “법적 대응” 반발

입력 2025-03-13 02:02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 관리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고 보고 1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통신 3사는 강력히 반발했다. 3사는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준수를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에 따랐을 뿐 담합은 없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12일 SKT KT LGU+ 3사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제한 담합 행위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40억2600만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 SKT가 426억6200만원, LG유플러스 383억3400만원, KT 330억2900만원이다.

이통 3사는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7년간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가 한쪽에 편중되지 않도록 합의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3사는 해당 기간 ‘상황반’을 통해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짬짜미를 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해당 상황반은 2014년 12월 이통 3사가 지나치게 판매장려금을 지급해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은 뒤 현장에서 위반 행위를 신속히 적발·시정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이통 3사 관계자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통 3사는 상황반에 모여 번호이동 가입자 증감 현황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가입자 순증감이 어느 한 사업자에 편중되지 않도록 했다. 특정 회사가 과도한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면 즉시 위반 사항을 해소하는 식으로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SKT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순감했을 때 SKT가 요청을 하면 가입자가 순증한 나머지 두 사업자가 판매장려금을 낮추는 식이다. 가입자 수가 순증한 사업자 관계자가 순감한 곳 관계자에게 연락해 사과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통 3사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변동 폭은 담합이 시작되기 전인 2014년 약 3000건에서 2016년 200여건 이내로 수치가 안정됐다.


공정위는 이통 3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거래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이 제한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호이동에 따른 금전적, 비금전적 혜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통 3사는 일제히 반발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담합 행위가 없었으며, 판매장려금 조정 작업은 단통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에서 “단통법을 준수하기 위해 강제력이 있는 방통위의 집행·규제에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통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더니 이번에는 단통법을 지켰다는 이유로 담합이라고 제재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무 부처인 방통위조차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인데 제재 결정이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과징금이 5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대폭 축소된 것도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중대성에 따라 관련 매출액의 0.5~20% 수준에서 부과할 수 있는데, 이번 담합 혐의에는 1%가 적용됐다. 공정위 조사는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시작됐다.

세종=김윤 기자, 김지훈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