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내년 100만명… ‘슬픈 병’ 수발 자녀들 남몰래 눈물

입력 2025-03-13 02:04

중증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를 모시는 A씨(43)는 가슴에 늘 묵직한 돌을 올려놓은 듯한 심경이다. 어머니는 2010년 무렵 혈관성 치매와 신경성 치매를 진단받았다. 형제자매가 없어 어머니 돌봄은 오롯이 A씨의 몫이었다.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죄스러웠으나 자신의 직장 문제로 어쩔 수 없었다. 직장이 서울에 있을 때는 경기 북부에 있는 요양병원을 자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충청 지역으로 파견되고는 발걸음을 자주 할 수 없었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식비와 간병비 등을 포함해 매달 90~100만원 수준이다. 추가로 병원비가 들기도 한다. A씨는 “미혼이어서 그럭저럭 괜찮지만 가정이 있고 아이들이 있다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삶도 피폐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급격한 고령화로 내년 치매 노인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선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치매 환자 돌봄은 여전히 환자 자신과 가정의 책임으로 남겨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의 과반은 홀로 사는 1인 가구였고, 독립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치매 환자의 75%는 자녀가 돌봄을 맡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는 올해 97만명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선 뒤 2044년에는 201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치매 환자는 2059년에 233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노인 인구에서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유병률)은 9.25%로 집계됐다. 여성, 고령, 농어촌, 1인 가구,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았다.


사회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2.6%가 혼자 사는 1인 가구였고, 부부 가구 27.1%,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가 19.8%로 뒤를 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변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치매 환자였다. 이들 4명 중 1명은 여전히 혼자 사는 1인 가구였고, 4명 중 3명은 자녀가 돌봄을 떠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경제적·정신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45.8%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발병 이후 가족들 삶의 질이 떨어졌다고 느꼈다고 답한 비율도 40%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정신건강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환자 가족이 요양병원 등에 입소를 결정하기까지 평균 27.3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가족이 2년 넘게 가정에서 버티며 입소를 미루는 것이다. 이는 부모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비용도 무시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을 이용할 때 환자 1인당 연간 드는 비용은 3138만20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정 등 지역사회에서 돌보는 비용은 1733만9000원으로 격차가 상당했다. 요양병원을 이용하면 연간 1400만원가량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치매를 조기 발견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