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석방’에 스텝 꼬인 與 잠룡들… 출판 미루고, 공개 활동 자제

입력 2025-03-13 02:00

조기 대선 가능성을 두고 보폭을 넓혀 왔던 여권 잠룡들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공개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섣불리 대권 행보로 비치는 모습을 보였다가 향후 경선의 키를 쥔 강성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읽힌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대선 주자들의 활동 공간은 더 줄어든 모양새다.

당혹감이 큰 쪽은 ‘찬탄파’(탄핵 찬성)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한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정말 위험한 사람”이라고 적은 것 외에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는 최근 북콘서트나 대학생 강연, 유튜브 출연 등을 통해 대중 접촉점을 늘려왔다.

한 전 대표 측은 서울과 부산에 이어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북콘서트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추가 일정 없이 부산을 마지막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은 “탄핵심판이 3월 말, 4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하니 좀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지금은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개헌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활발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내왔던 오 시장도 제동이 걸렸다. 오 시장 측은 사실상 대권 출사표로 여겨지는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이르면 이달 중순 출간하려 했으나 정치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출간 시점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 측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공개 일정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 바이오 혁신포럼’ 방문 등 정책 관련 일정만 소화했다. 다만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찬탄파 입지가 좁아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당이라면 혹시라도 있을 인용 결정에 대비해 필요한 준비 정도는 해야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식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던 홍준표 시장도 최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 일정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홍 시장 측 관계자는 “추후 상황을 좀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전날 “나는 계엄은 부적절했지만 탄핵은 반대하고, 조속히 대통령이 복귀해 나라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며 “양 진영에서 모두 승복할 수 있는 (헌재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등 탄핵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던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과 무관하게 선명한 메시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대통령이 석방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법체계 작동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늘은 12·3 계엄이 일어난 지 만 100일째”라며 “부디 윤 대통령께서는 헌재 심판을 승복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통합과 화합의 행보로 국민을 달래 달라”고 밝혔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