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리에서 세 대결… 극단 세력 부추기는 정치권

입력 2025-03-12 18:50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정의당, 양대 노총 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를 위해 설치한 천막 농성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옆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00일간 이어진 정치권의 극한 대치는 이제 거리에서의 세(勢)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야 모두 국회를 벗어난 장외 투쟁에 힘을 쏟고, 헌법재판소를 향한 ‘찬탄’ ‘반탄’ 목소리의 확성기 노릇에 치중하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가 갈등의 종지부가 아닌 더 큰 분열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도보 행진과 시국 간담회, 국회 기자회견 등 가용 방안을 총동원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벌였다. 서울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을 설치한 민주당은 이날부터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 농성장까지 약 8.7㎞를 걸어서 이동하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민주당 소속 3선·재선 의원들은 국회 안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연이어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전현희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12일 소속 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 행진을 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장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함께 ‘국난 극복 시국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이 상황(계엄)은 끝난 게 아니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각하·기각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민주당처럼 장외투쟁은 안 한다던 지도부 공언이 무색하게 헌재 앞 시위에 나서겠다고 손을 든 여당 의원은 62명에 달했다. 동참 의원이 많아 5명씩 조도 짰다. 첫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측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두고 “소추의 동일성을 상실했다”며 의원 82명 명의의 탄핵 각하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여야의 이러한 대치는 다시 극단의 정치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군 관계자로부터 이 대표 암살 관련 제보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직 HID(북파공작부대), 707특수임무단 요원들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할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복수의 지도부 인사들이 받았다”며 “경찰에 선제적으로 신변보호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정치 부재에 따른 결과물인데, 사태의 출구를 놓고도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기면서 헌재가 어떤 결과를 내놔도 불복할 분위기가 조성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거리로 나가면서 국회 안에서 논의돼야 할 연금개혁,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상속세 개편 등 민생 현안 해결도 기약이 없어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여야의 행태는 ‘정치의 부재’를 넘어 ‘정치의 몰락’”이라며 “정치의 몰락은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선 김판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