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상사들이 인도네시아를 전략적 기지로 삼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현지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종합상사 업계의 투자 확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서 GS칼텍스와 합작으로 팜유 정제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팜원유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식품 및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한 팜유를 생산하는 시설로,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50만t의 팜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팜유는 야자나무의 과실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인도네시아는 연간 4558만t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팜유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식용유, 버터, 화장품,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며 글로벌 수요도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종합상사들도 일찍부터 인도네시아 팜유 산업에 주목해왔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2008년 국내 종합상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팜농장 운영 사업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LX인터내셔널이 200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011년 차례로 팜 농장 개발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은 국내 종합상사 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재임 당시였던 지난 2023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16위 규모의 인도네시아 경제를 2045년까지 4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인도네시아 비전 2045’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업의 편의 보장과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추진하며, 총 79개 법률 1200여 개 조항을 개정했다. 2023년 8월부터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외국인에게 최장 10년의 체류를 허용하는 ‘골든 비자’ 제도도 시행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역시 조코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 인도네시아의 친(親) 비즈니스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종합상사들은 팜유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니켈·천연가스 등 풍부한 에너지 자원에도 주목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2023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AKP 니켈 광산 지분 60%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니켈 제련공장 건설을 시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부터 연간 5만2000t 규모의 니켈 중간재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차 100만대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2004년 첫 대통령 직선제를 치른 인도네시아는 비교적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어 정치적 변동성이 사업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지역은 산업 고도화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으로 생산 기지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풍부한 원자재와 생산 인프라를 갖춘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