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뻗어 나간 K콘텐츠가 처음 대중을 만나는 현장엔 늘 이 사람이 있다. 방송인 박경림이다. 2000년대 초반 최연소 연예대상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돌연 떠났던 미국 유학 이후 방송인 대신 ‘영화계 원톱 진행자’로서의 2막을 시작했다. 늘 꿈을 좇아 도전하던 박경림이 이번엔 뮤지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도전했다.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소속사에서 만난 박경림은 “늘 K콘텐츠의 현장에 있다 보니 진행을 맡았던 작품들엔 특히 깊은 애정이 있다”며 “뮤지컬 ‘드림하이’도 2년 전 초연 제작발표회의 진행을 맡았던 인연으로 작품에 깊이 공감하게 됐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드림하이’ 공연에서 교장 역할로 총 25회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박경림은 연예계의 소문난 ‘뮤덕’(뮤지컬 덕후)이다. 미국 유학 시절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인상 깊게 봤던 그는 한국에 ‘헤어스프레이’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배역 오디션에 2번이나 참여했고, 2번째 오디션에서 트레이시 역을 따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역할을 맡는 건 전혀 다른 영역임에도 선뜻 도전에 나섰다.
박경림은 ‘드림하이’가 담고 있는 ‘꿈에 대한 응원’이란 메시지에 마음이 동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MC가 꿈이어서 어릴 적 제 머릿속엔 ‘어떻게 하면 MC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다”며 “‘드림하이’ 속 학생들이 꿈을 꾸는 모습, 성공 후에도 슬럼프를 겪으며 고민에 빠진 모습에서 제가 겹쳐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그래도 꿈을 꾸던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게 떠올라 마음이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창작뮤지컬 ‘드림하이’는 2011년 K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드림하이’를 원작으로, 그로부터 10년 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뮤지컬에 K팝과 K퍼포먼스를 결합한 쇼뮤지컬이기도 하다. 한국 댄서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고, 이들의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창작됐다. 2023년 5월 초연 이후 일본에 라이선스를 수출했고, 다음 달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막한다.
박경림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드림하이’에서 무대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를 제외한, 작품 대부분 영역에 아이디어를 내며 작품의 흥행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가 작품에 참여하면서 뮤지컬 캐스트뿐 아니라 원작 드라마에 출연했던 수지, 아이유, 김수현의 OST도 들을 수 있게 됐다. 작품의 취지를 살려 OST의 발매수익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돕는 데 기부한다.
그는 ‘드림하이’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며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고 한다. 대사 한 부분을 고치는 것부터 연습 스케줄을 짜고, 녹음실을 찾아 예약하는 자잘한 일들까지, 작품 하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전 과정을 보고 참여하며 자신이 몸담은 업계에 대한 경외심을 되새겼다.
박경림은 “저도 사람인지라 타성에 젖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전이 필요한 시기였고, 이렇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제가 도움을 드리지만, 저도 꿈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등학생 아들에게도 엄마도 꿈을 꾼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은 송해, 유재석처럼 좋은 진행자가 되는 것이다. 박경림은 “두 분처럼 상대방으로부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말을 끌어내고 싶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런 진행자가 되는 게 다음 목표”라고 웃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