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차리는 사모펀드… MBK도 논란

입력 2025-03-13 02:05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 유동화전단채(ABSTB)를 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ABSTB의 상거래채권 인정과 우선 변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의 ABSTB가 금융채권으로 분류될 경우 변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개인 투자자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될 우려가 제기된다. 윤웅 기자

사모펀드는 보통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서류 상에만 존재하는 특수목적법인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모펀드는 조세회피처(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낮게 부과하는 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역외탈세를 시도한다. 조세회피처는 외국환관리법, 회사법 등 규제가 느슨하고 자금 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년 역외탈세 건수와 부과 세액은 2020년 192건(1조2837억원), 2021년 197건(1조3416억원), 2022년 199건(1조3563억원)으로 탈루 세액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 관련 세금 논란도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현재 역외탈세 여부를 비롯해 MBK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논란이 된 ‘홈플러스 사태’를 고려할 때 MBK의 투자금 회수, 김병주 회장의 탈세 등을 겨냥한 비정기 세무조사 수준의 고강도 조사가 예상된다.

MBK의 세금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장에서는 MBK가 과거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MBK가 400억원 이상 추징당한 점을 거론하자 김광일 MBK 부회장은 “정확한 금액은 알지 못하지만, 세무조사를 받아 추징당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김병주 MBK 회장에 대해 “2조원 수익이 발생했는데도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에)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서 한 시민단체로부터 역외탈세 혐의로 고발당했다”며 “국내에서 돈을 벌고 미국에 세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발언했다. MBK 법인 등기상 김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지난해 추산한 김 회장이 보유한 자산 가치는 97억달러(약 14조원)로 국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1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