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국내외 유통업계가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도심 곳곳에서 배달, 순찰, 청소 등을 하는 로봇을 쉽게 마주치게 됐다. 국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올해를 ‘배달 로봇 상용화’의 원년으로 삼고 적극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사고 위험과 기술적 한계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로봇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 가능 지역의 소비자가 요기요 앱에 접속하면 로봇 배달 옵션이 활성화된다. 14대의 배달 로봇 ‘뉴비’를 투입하고 충전 스테이션도 마련했다. 요기요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인천 송도에서 로봇 배달을 도입한 후 도심 내부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 중이다. 서비스 초반 평균 배달시간은 41.7분이었지만, 지난달 기준 28.6분으로 단축됐다.
배달업계가 로봇 배달을 도입하는 핵심 이유는 라이더 부족 때문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지난달 말부터 강남 지역에서 B마트 배달에 로봇 ‘딜리’를 투입했다. 공원 청소와 순찰 업무를 하는 로봇도 있다. HL로보틱스의 ‘골리’는 강원도 원주천 순찰을, 로보티즈의 ‘개미’는 서울 양천구 공원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다.
로봇이 도심 거리에 등장했지만, 본격 상용화까지는 장벽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 문제다. 지난해엔 요기요의 뉴비가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실제 주문 배달이 아닌 시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차주가 보험 처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 로봇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약 1년 전부터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운행 인증을 받은 로봇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미인증 로봇은 사실상 차량으로 간주돼 차도를 달리더라도 제재할 방안이 없다. 로봇 운용 책임자에 대한 규정도 미비해 견인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도입을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 배달업체 타이니마일은 2023년까지 배달 로봇 20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토론토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보행자 안전과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침해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른 피해 보상 강화 등 규제 확대에 나섰다.
엘리베이터 이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뉴비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어 사람이 직접 1층까지 내려와 음식을 수령해야 한다. 크기가 작아 장애물이 많으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는 점도 문제다. ‘자율주행 로봇’이라지만 여전히 원격 조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한 AI로봇 전문가는 “엘리베이터 연동 기준 표준화를 통해 건물 내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이미 가능하다. 일부 호텔이나 백화점에서는 로봇이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며 “다만 책임 소재와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