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신장 기증한 드러머, 비신앙인 가슴을 뛰게 하다

입력 2025-03-13 03:07 수정 2025-03-13 13:49
드러머 리노(오른쪽)와 그의 아내이자 배우인 김미림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하루 앞두고 찍은 사진.리노 제공

유명 드러머이자 프로듀서 리노(박병기·42)가 신장투석 중인 아내 김미림(43) 배우에게 신장을 기증한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크리스천으로 만난 두 사람이 아픔을 안고 부부의 연을 맺어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서로를 아껴 온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장이식 수술을 한 뒤 지난 3일 퇴원해 회복 중인 리노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내에게 건강을 선물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수술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지드래곤 장근석밴드 박기영 등 정상급 가수들의 세션 드러머로 활동한 리노는 2018년 아시아 뮤지션 최초로 미국 드럼스틱 브랜드 리걸팁(Regal Tip)이 선정한 ‘톱 드러머 50’에 오르기도 한 실력파 뮤지션이다. 그런 그가 연극배우인 아내를 만난 건 2019년 카자흐스탄 목회자 세미나에서다.

그는 “당시 나는 강연자로 아내는 연극 공연을 위해 세미나에 참여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연인이 됐다. 아내가 2015년 신부전증으로 친언니에게 신장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우리의 사랑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결혼한 두 사람은 의학적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지만 3년 만에 임신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그러나 진짜 아픔은 이후에 왔다. 리노는 “아내는 신장투석자들이 먹어야 하는 면역억제제를 끊으면서까지 배 속의 아이를 지키려 애썼다. 그러나 24주 만에 사산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리노가 신장 이식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사산 후 아내의 건강이 악화했어요. 신장 기증을 결심하고 서울대병원에서 검사했는데 혈액형은 달라도 적합성 검사에서 기증이 가능하다고 나왔어요. 하지만 아내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리노는 그런 아내를 “생명을 주시는 이도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이니 온전히 신뢰하고 두려워하지 말자”며 거듭 설득했다. 리노가 이 같은 신앙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건 자신 역시 역경을 극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의료사고로 실명 위기를 겪었고 드러머로 활동하며 발목 수술로 연주를 포기할 뻔했다. 그는 “긴 재활 끝에 다시 드럼스틱을 잡았고 선하신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이미 삶 가운데 경험했기에 두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노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잃은 아픔, 신장 투석과 이식 수술 등을 부부가 함께 이겨내며 치유하는 과정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해 왔다. 이들의 사연에 믿지 않던 이들로부터 ‘당신들이 믿는 하나님이 궁금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연예계 선배도 리노에게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리노는 “우리 이야기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계기가 돼 감사하다”며 “일상이 무너진 신장투석 환자들과 사산을 겪은 산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비전트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용기를 주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