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혁(55) 합동신학대학원대(합동신대) 신임 총장은 일주일에 세 번은 학교 기숙사에 머문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학생들과 개별 면담에 나서겠다고 밝힌 그는 매일 교내에서 새벽예배를 드린 뒤 학생들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12일 경기도 수원 합동신대 총장실에서 만난 안 총장은 기자에게 이런 사연을 전하며 노란색 수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수첩엔 그동안 만난 학생들의 기도 제목과 나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안 총장은 “학교 초대원장인 정암(正岩) 박윤선(1905~1988) 목사님도 이런 노트를 갖고 다니셨다”며 “건강한 신학과 인격의 균형을 갖춘 사역자들을 배출하겠다는 학교의 오랜 노력을 계승한 것일 뿐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며 웃었다.
안 총장은 취임 당시 모든 학생이 ‘목회적 돌봄’을 경험하고 졸업할 수 있도록 합신멘토링시스템(HMS)을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학생이 교수 등 학내 구성원과 인격적 교제를 갖고 어려움 앞에서도 기도하는 공동체를 통해 목회적 돌봄을 경험한다면 목회 현장에서도 목양의 역할을 잘 감당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 총장은 “주님이 맡기신 양 떼 같은 성도들에게 성경이 말하는 ‘좋은 꼴’과 ‘살진 꼴’을 먹이며 목양하는 사역자를 양성하는 게 교육의 목표”라며 “재학생들이 ‘오직 성경’이라는 원칙에 따라 매 학기 개혁신학의 가르침을 배우고 맛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신앙과 양심에 따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 성장시켜 ‘생수의 강’처럼 한국교회에 흘려보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양극단으로 갈린 시국 속에서 목회자의 신뢰도 역시 낮아지는 위기의 때, 안 총장은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교의 역할을 강조했다. 역사신학자인 안 총장에게 한국사회와 교회가 처한 위기의 해법을 물으니 경건주의 전통 회복이란 답이 돌아왔다.
안 총장은 “한국교회는 신학 교육과 경건한 삶의 조화를 강조하는 경건주의 전통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며 “신학 교육이 게으르고 무책임한 반지성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회가 구원의 방주로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본질적 소명을 감당할 때 사회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며 “교회와 성도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 오늘날 위기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수원=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