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 핵심은 데이터… 자동 생성 플랫폼 연내 구축”

입력 2025-03-14 00:32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LG AI연구원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세계 각국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에이전틱 AI 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LG AI연구원이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웅 기자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의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대국들이 천문학적 비용을 AI 기술과 인프라 투자에 쏟아붓는 가운데 한국이 처한 한계가 부각되기도 한다.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틱(agentic) AI’(주체적·능동적 AI)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국내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LG AI연구원은 자체 AI 모델로 기술력의 위상을 입증하고 있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곳이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엑사원 3.5 32B’는 지난달 미국 비영리 AI 연구·조사 기관 에포크AI가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notable) AI’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이 이 분야에 등재된 건 최근 3년 내 LG AI연구원이 유일하다. 지난해 8월에는 LLM ‘엑사원 3.0’ 오픈소스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LG AI연구원에서 배경훈(49) 원장을 만났다. 배 원장은 2020년 12월 AI연구원 설립 이후 5년 넘게 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공학기술 분야 석학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에 정회원으로 선정됐다. 현재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 초거대AI추진협의회장도 맡고 있다. 배 원장은 “에이전틱 AI 시대에서 핵심은 데이터”라며 “LG AI연구원은 AI 데이터 자동 생성 플랫폼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미국은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 모델,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로 이어지는 AI 생태계가 구축됐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등 인프라 측면에서 아킬레스건이 있지만, 분명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사실 한국은 AI 분야의 대표 주자들이 많지 않다. 세계에서 인정 받아야 우리 기술이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AI 전략은.

“한국은 제조업과 문화 콘텐츠 영역이 강하다. 잘할 수 있는 도메인(영역)별로 질 높은 데이터를 확보해 정비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기업이 범용 인공지능(AGI)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다룰 수 있는 LLM을 만들면서, 도메인 특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투 트랙’ 전략을 잘 쓴다면 한국도 승산이 있다.”

-범용 AI보다 특화 AI가 중요하다는 뜻인가.

“무엇을 위해서 AI를 만드는지 생각해보자. 특정 영역에서 AI를 잘 사용하려면 일단 범용 LLM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LLM 이야기만 많이 했다. 이제 산업별 특화 AI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문 영역의 데이터를 모으고 디지털화하고, 자동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에이전틱 AI도 주목받고 있다.

“정의부터 하자면 에이전트 AI는 말 그대로 비서 AI다. 에이전틱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주는 것을 넘어서 실제 현장에서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총칭한다. AI가 최적의 효율을 찾아서 의사결정 하고 행동하는 것을 비로소 에이전틱 AI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기존처럼 사람이 질문이나 제안해야만 작동하는 게 아닌, AI가 상황을 이해해서 최적점을 찾아가고 피드백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화장품 개발 과정을 생각해보자. 실제 효능을 낼 수 있는 화장품 소재가 100만개에 달해도 인간은 많으면 1000개 정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전문가가 수개월 걸려 화장품 효능을 찾는 업무를 AI가 하루 만에 수행할 수 있다. ‘화장품 소재 찾는 AI’를 작동시켜놓으면 계속 탐색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AI가 새로운 미지의 영역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영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에이전틱 AI 시대에 모델 개발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이제 웬만한 AI 기업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2028년이 되면 인간이 만든 데이터는 고갈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AI도 데이터 생성에 참여할 것이다. 그러면 AI의 추론과 논리적 사고 능력은 더 강화되고, 이전보다 적은 양의 데이터로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데이터를 수조개 쌓아놓고 어마어마한 컴퓨팅으로 학습시켜야 했던 기존의 ‘인프라 투자 게임’과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AI가 전문 영역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가.

“AI 기술과 역량과 데이터 확보 수준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데이터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LG AI연구원은 전문 영역에서 데이터 제너레이션(생성)을 할 수 있는 에이전트 AI를 만드는 것을 중요한 로드맵으로 잡고 있다. 자체 개발한 범용 LLM와 특화 LLM을 섞어서 전문 영역에서도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기술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데이터에 점수를 매긴다. 그렇게 평가된 데이터로 AI 모델을 자동 업데이트 시킨다. AI 모델이 목표에 따라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평가하고 발전하는, 이 프로세스가 에이전틱 AI 시대로 가기 위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작년까지는 LLM 개발에 집중했지만, 올 상반기 안에 추론 전용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오픈AI의 추론 모델 ‘o1’과 중국 딥시크의 ‘R1’ 수준이 될 것이다. 그리고 AI 데이터 자동 생성 플랫폼을 올해 안에 완성시키는 게 목표다.”

배경훈 원장 약력
△1976년 서울 출생 △광운대 전자공학 박사 △컬럼비아서던대 경영학 석사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2023~) △개인정보보호위원회 AI 프라이버시 민관 정책협의회 공동의장(2023~) △은탑산업훈장 수상(2023)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위원(2024~)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2024~)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2025~)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