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불면

입력 2025-03-14 00:08

빵 때문에 싸우진 않으리 했는데 빵 놓고 싸우고
나만을 생각진 않으리 했는데 내 안에 갇혀 헤맬 때

그것은 온다

누르기만 알고 버티기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
진퇴양난에 진퇴양난을 더하여
투승점(投繩點)을 모를 때

졸피뎀이 덮은 주저흔을 건너
그것은 온다

하고 싶은 말 잇느라 골똘한 여자와
들어야 할 말을 못 들어 시드는 남자 사이에서
늦은 렘(REM) 수면과 긴 가면(假眠) 사이에서
사람들은 자기 확신에 문을 닫는데 어쩌자고
부사리 같았던 청춘이나 미어캣 같은 지금에도

오오, 내 편이 없어서 여름에도 나뭇잎은 지고
오오, 누구의 편도 되지 못해 파도는 절벽을 때리고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지고 길은 먼데
피 말리는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에 동어반복은 늘어

그것은 자란다
잗다랗고 무거운 시간들과 함께

- 박재화 시집 ‘새벽이 새 떼를 날릴 때까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