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대(총장 윤옥현)가 구원파 계열 기쁜소식선교회(기소선) 측에 인수된 가운데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리 전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또 신학과가 신설되면서 김천대(사진)가 구원파 교육기관으로 변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소선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합동 등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천대는 최근 ‘2025학년도 교양 교육과정 이수 및 1학기 수강신청 안내문’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천대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은) 교양필수에 개설된 모든 교과목을 영역별로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교양필수 과목에는 ‘마인드리더십’ ‘채플’ ‘지역봉사와 실천’ 등이 있다.
김천대는 강의 개설에 앞서 마인드리더십 과목 담당자를 모집했는데 채용 자격 기준으로 ‘마인드교육 강사 자격 소지자 우대’ ‘마인드교육 관련 강의 유경험자’ 등을 내세운 바 있다. 마인드교육의 경우 기소선 측이 강조하는 프로그램이자 주요 교리로 알려졌다.
김천대 포교 문제는 비단 교과목 강의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천대는 지난해 신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첫 운영을 시작했다. 신학과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학사 졸업을 위해선 ‘마인드1’ ‘마인드2’ 전공을 수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학과 측은 학과 소개에서 “전 세계에 복음을 전하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며 “주님의 군대로서 영적 본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옥수씨도 기소선 측 매체에 김천대를 통해 복음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김천대가 기소선 사역자 양성 기관이란 점을 표명한 셈이다.
김천대에 재학 중인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으나 신입생부터 들어야 하는 채플에 박옥수씨가 강사로 나선다고 들었다”며 “이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자칫하면 구원파 교리가 학내 기독교인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소선 같은 경우 인천 여고생 사망 사건과 연관된 곳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모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천대 이사진 명단에는 박옥수씨의 딸인 박모씨도 포함돼 있다. 박씨는 지난해 기소선 소속 인천 한 교회 숙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천대의 행보는 통일교의 선문대, 대순진리회의 안양대 등 사례와 견주어도 대학 내부가 빠르게 장악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것이 이단·사이비 대응 전문가들의 평가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인천 여고생 사망 사건만 보더라도 도덕적 불감증으로 유명한 이단 단체인 만큼 앞으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교회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전반에 걸쳐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계와 예방 대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천대 법인이사회 관계자는 “기소선 이단 시비는 교계 안에서의 논쟁”이라며 “교육부 승인에 따라 절차를 밟아 문제없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