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인 책방지기들은 종종 러브콜을 받는다. 책을 출간하자는 편집자의 러브콜이다. 처음 한동안은 서점을 폐업하고 쓴 책방지기의 에세이가 여럿 나왔다. 다음으로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서점 시작하기’처럼 책방 대표가 쓴 실용서도 나왔다.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에세이는 책방을 하는 이유를 솔직하게 드러낸 점이 흥미로웠다. 경기도 광주의 ‘근근넝넝’ 이혜미 대표가 쓴 ‘엄마는 그림책을 좋아해’와 충남 당진 ‘그림책꽃밭’의 김미자 대표가 펴낸 ‘그림책꽃밭에 살다’는 그림책전문 책방을 운영하는 여성이 썼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이 대표는 40대, 김 대표는 60대이며 책방의 문을 연 이유도, 운영하는 방식도 달랐다.
이 대표는 워킹맘이었다.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출근하려던 주말 아침, 모든 일이 일어났다. 아이가 “엄마, 가지마!” 하며 울부짖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위태하던 워킹맘의 마음이 삐거덕거렸다. “아이와 충분히 시간을 보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다 책방을 떠올렸다. 경력 단절 위기를 책방 창업으로 극복하리라 결심했다.
책방을 차린 후 아이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책방에 와 있다가 엄마와 나란히 퇴근했다. 엄마는 죄책감을 덜고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됐다. 그러나 자영업자로 살려니 “몸은 아이 옆에 있지만, 정신은 계속 야근 중”일 때가 많았다. 돈을 버는 것도 벌지 않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생활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래도 책방을 했으니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책방을 이어간 6년 동안 첫째는 무사히 초등학생이 됐고 둘째도 태어났다.
당진 송악산 가까운 시골 마을에 ‘그림책꽃밭에 살다’를 연 김 대표의 사연은 이렇다. 항암치료에 넌더리가 나던 어느 날 김 대표는 “시골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작은 도서관 관장 경험도 있으니 시골과 그림책을 엮기로 했다. 남편이 퇴직하자 서울 집을 팔고 땅을 사서 60평 단독주택을 짓기로 했다. 40평은 책방으로, 20평은 살림집으로 계획하고 정원도 만들었다. 하지만 “집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듯 고생이 막심했다. 또 “시골에 산다는 것, 정원을 가진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노동을 뜻한다”고 고백한다.
그런데도 시골에서 책방을 하는 동안 “노동하다 힘들면 책 보고, 책 보다 졸리면 밖에 나가 다시 호미질하는” 단순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서드에이지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인생 3막을 뜻한다. 김 대표에게 책방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박한 삶을 가꿀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 돼줬다.
에세이는 필연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가 오롯이 담기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점이 더 많지만 두 사람의 책방지기는 공통점이 있다. 책방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책방 해서 먹고는 사나?”라고 묻지만, 세상에는 삶의 가치가 더 소중한 사람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책방지기다.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