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1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당 차원의 장외투쟁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단식과 삭발, 장외투쟁 등 ‘강경 모드’에 돌입한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중립을 지키고 개별 의원 단위로는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정국 대응을 논의하는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문제가 있을 경우 단체행동을 하겠지만 각종 회의를 통해서 우리 입장을 밝히고 민주당처럼 저렇게 장외투쟁을 하거나 단식을 통해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 일부 의원이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각자 소신과 판단에 따라서 한 부분”이라며 “지도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도 없고 거기에 대한 지침을 줄 생각도 없다”고 거리를 뒀다.
이날 의총에선 강경파와 신중파 간 팽팽한 논쟁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윤상현 의원은 ‘의원직 총사퇴’ 결의 후 헌재 앞에서 탄핵심판 선고가 나올 때까지 천막농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의총 후 “탄핵안은 각하돼야 한다. 우리의 생각과 충정을 헌법재판관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도 당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윤 의원을 시작으로 박대출·장동혁 의원 등은 이날부터 헌재 앞에서 24시간씩 릴레이 시위를 이어간다. 의원 단체채팅방에서 시위 참여를 희망한 인원은 이날 오후까지 30여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중파 의원은 “야당의 ‘인파이터’ 공세에는 지금과 같은 ‘아웃복서’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헌재에 윤 대통령 파면을 압박하고,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때 반격하는 게 한 수 위의 전략이라는 취지였다. 한 영남권 의원은 “장외투쟁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내전 세력’으로 규정하며 공중전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민주당 이재명 세력은 국가를 혼란으로 몰아가는 내전 세력”이라며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이재명 내전 세력의 내전 유도와 사회 혼란 유발에 맞서 차분하고 질서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그간 ‘내란 정당’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을 옥죈 데 대한 반격으로도 읽힌다.
권 원내대표는 앞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본인의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에 악영향이 갈까봐 판사 탄핵은 못 하고 법원의 판결을 따랐을 뿐인 검찰총장만 탄핵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랑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원내지도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