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올해 들어 반등하던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기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79포인트(1.28%) 내린 2537.60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4.32포인트(0.60%) 하락한 721.5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3636억원, 236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고 개인투자자만 491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셀트리온(+0.11%)과 기아(+0.41%)를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업종별로 보면 2차전지주가 약세를 보였다. 테슬라가 주요국 판매량 급감 등으로 전날 뉴욕증시에서 15% 넘게 빠진 탓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2.43%)과 에코프로비엠(-3.25%), 에코프로(-2.83%) 등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대부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통신·음식료 등 경기 방어 업종만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도 대체로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4%, 홍콩 항셍지수도 0.01%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1.73% 급락했다. 중국 증시만 장 마감 직전 반등해 전 거래일보다 0.34% 오르며 장을 마쳤다.
다만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하며 지난해 11월 대선 이전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아시아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미국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던 것에 대한 되돌림 현상으로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 반면 중국 등 주요국 증시는 올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범중국 증시는 최근 딥시크의 ‘가성비’ AI 모델 돌풍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1%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로 상반기 내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한다. 지난해 8월 5일 발생한 증시 폭락의 경우 미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확산이 이유였지만 이번 폭락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리 위축 영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8월 당시 코스피는 9.77%, 일본 증시는 12.4%, 대만 증시는 8.35% 급락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미 연방준비제도가 ‘빅컷’(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준 것처럼 이번에도 고용시장이 긴박한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해 볼 수 있고 이것이 향후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