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는 야권·개헌론 시들… 尹석방, 李에 반사이익?

입력 2025-03-12 02:08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후 정국은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결 구도로 전환되고 있다.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자 야권도 ‘찬탄’(탄핵 찬성) 여론 확산을 위해 뭉치는 양상이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을 향하던 비명(비이재명)계의 견제나 개헌론 동참 압박 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윤 대통령에 맞서 중도 민심에 호소할 공간이 넓어지는 등의 효과를 얻게 된 측면이 있다.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가 이 대표에게는 악재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풀려나면서 정국은 다시 혼란스러워졌지만, 이 대표 개인만 놓고 보면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야권 공통의 대원칙 아래 이 대표를 겨누던 당 안팎의 압박이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다는 취지다.

비명계는 법원이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뒤부터 이 대표와 동일 전선에 서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9일부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1인 피켓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비명계는 지난 5일 이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을 언급하며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역시 가라앉았다.

조응천 전 개혁신당 의원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 나와 “(이 대표 발언을 두고) 비명의 반발이 엄청났고, 집단행동까지도 마음속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 대통령 석방으로) 반발·분란, 오픈프라이머리, 임기단축 개헌 등 말을 꺼내면 역적인 상황이 됐다. 이 대표가 하기 싫어하는 건 다 덮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흑기사가 윤석열”이라고 했다. 친명(친이재명)계 한 의원도 “야권 결집 기류에서 이 대표를 향한 반발이나 견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석방을 계기로 정국이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재편된 것 역시 이 대표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이) 윤 대통령의 ‘포켓 정당’으로 이미지가 각인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온다면 국민의힘에 엄청난 위기가 되는 것”이라며 “현 정국이 굳이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으로 가면 누구 선거가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여당에 실망한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민주당 지지로 기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2일 한 보수 언론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 논객’으로 불리는 정규재씨와 대담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의 중대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좌우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