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가 많지만 내수 부양과 첨단기술 산업 육성으로 5% 경제성장을 이뤄내겠다.”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으로 8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 양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담긴 메시지다.
한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가 1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개막한 국정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중화민족 부흥”을 외치며 하루 앞서 전날 일정을 종료했다.
양회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진행된 리창 국무원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였다. 세계은행 등 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5% 안팎으로 전망했는데도 리 총리는 3년 연속 ‘5% 안팎’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국은 올해 내수·부동산 침체에 지방정부 부채 과다, 높은 청년실업률, 저출산·고령화 등 고질적인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범으로 무역과 외교에서도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하지만 리 총리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 경제의 배는 반드시 바람을 타고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근거는 재정·금융 정책을 통한 내수 부양과 국가 주도의 첨단기술 산업 육성이다. 3000억 위안(약 60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해 소비재 ‘이구환신’(낡은 제품의 신제품 교체 지원)에 투입하고 중앙정부 예산 7350억 위안(147조원)을 들여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는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로 정해 적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6000억 위안(320조원) 늘린다.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주목받은 올해 과학기술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 81억 위안(80조원)으로 정했다. 지난해 선포한 ‘AI 플러스’(AI와 다른 산업의 접목) 전략은 올해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체화 지능’(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AI)과 6G,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 의지도 밝혔다. 첨단산업을 선도하는 민영기업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최대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 대중국 압박 정책이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25~30% 감소해 경제성장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경제연구소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35 년까지 2%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CNN은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조치들이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예상되는 성장 타격을 상쇄하고 중국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은 내수진작 목표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