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사진)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한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등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윤 대사대리는 11일 서울 중구 세종연구소에서 개최된 세종열린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유연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이를 검토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워싱턴의 분위기를 소개한다며 “북한이 핵 포기를 100%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수는 아니지만 (자체 핵무장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사대리는 “(자체 핵무장에)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한국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싱턴에서는 만약 한국이 NPT(핵확산방지조약)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일본과 같은 수준의 핵무기 처리를 허용해 달라고 한다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게 아니고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공유를 원한다면 이건 달성하기 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NPT 안에서 허용되는 것이 현재로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중국이 굉장히 크게 반발할 수 있어 지역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윤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에 참석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에 대해서도 “내년에 중국에서 APEC이 개최되기 때문에 (경주 APEC에) 100% 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경주 APEC을 계기로 한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사대리는 “미국의 어떠한 행정부도 북한이 비핵화해야 한다는 걸 명확히 했다”며 “북한 비핵화는 없앨 수 없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 시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윤 대사대리는 관세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트럼프 1기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농업, 디지털 시장, 금융서비스는 미국이 잘하는 것인데 관세 같은 장애물이 많다. 왜 미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 많은 장벽이 있는지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잘하는 건 못하게 하니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며 “쌀은 관세가 400%나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사대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국이 미국의 경쟁 상대인 상황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더 강한 한·미동맹을 열망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차기 대선 결과가 어떻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