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C커머스도 건기식 모시기 잰걸음

입력 2025-03-12 00:22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다이소 강남본점에서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건강기능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다연 기자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했다. 편의점업계와 중국계 C커머스까지 건기식 유통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 중단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저가 공세까지 맞물리며 건기식 시장의 판도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다이소에 이어 편의점도 건기식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건강식품 특화점 확대를 예고했다. 이달 중으로 동아제약의 ‘비타그란’ 4종과 ‘아일로 카무트 효소’ 1종을 업계 단독으로 판매한다.상반기까지 건강식품 특화점을 5000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U의 연도별 건강식품 카테고리 매출신장률은 2021년 5.3%, 2022년 27.1%, 2023년 18.6%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CU가 유한양행, 종근당 등 유명 제약사들과 함께 내놓은 여러 이중제형 제품들의 인기에 건강식품 매출이 1년 만에 137% 증가했다. GS25는 해외를 공략한다. GS25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동화약품의 베트남 약국 체인 ‘중선파마’와 협력해 베트남 끼엔장성 고콩시티에 ‘편의점·약국’ 숍인숍 매장을 열었다.

C커머스도 가세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알리바바 그룹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한국 판매자들의 건기식 제품을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역직구’ 사업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10월 식품관을 개설한 이후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은 물론 건기식까지 적극 판매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건기식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1750억원에서 2022년 6조449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수출도 활발하다. 지난해 건기식 등 미분류 조제식품 수출액은 9억147만 달러(약 1조3259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다이소에서 건기식 판매를 시작했다가 일양약품이 닷새만에 돌연 출시를 철회하면서 건기식 유통 논란이 불거졌다. 약사단체가 제약사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이 지난달 26~27일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제약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

약사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건기식 구매처는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약국의 건기식 유통 비중은 3~4% 수준이다. 건기식을 팔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판매업체 수는 2019년 8만1559개에서 2023년 12만6804개까지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 철수 과정에서 대한약사회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며 거래상 지위 남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관련 보도를 접한 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다이소 입점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