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다더니, 장기 침체에 빠진 지식산업센터

입력 2025-03-12 00:23

부동산 호황기에 ‘황금알을 낳는 투자처’로 불린 지식산업센터(지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졌다. 대출규제 강화와 공급 과잉, 불황에 따른 임차 수요 위축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되면서 5년 만에 거래량·거래금액이 모두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플래닛은 11일 발표한 ‘전국 지산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2024년 4분기 전국 지산 거래량이 672건, 거래금액은 2569억원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저조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침체기였던 2022년 4분기 거래량 763건, 거래금액 2937억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전분기(958건, 2569억원)와 비교하면 각각 29.9%, 39.8% 하락했다. 전년 동기(1011건, 4153억원)와 비교하면 33.5%, 38.1% 감소했다.

서울에서는 거래금액 하락 폭이 두드러진다. 서울의 지산 거래금액은 88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3.1% 감소했다. 평균보다 큰 하락세다. 거래량은 137건(31.8% 감소)였다. 최근 5년간 서울 지산 거래금액이 1000억원대 아래로 내려간 경우는 2022년 4분기(789억원)에 이어 2번째다. 지난해 4분기 서울시 전용면적 3.3㎡당 가격은 2230만원으로 직전 분기 3301만원보다 32.4% 하락했다.

서울 포함 수도권 거래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전국 지산 거래량의 89%, 거래금액의 90.7%가 이뤄지는 게 수도권인데 30%대 하락폭을 보인다. 수도권 지산 거래량은 598건으로 직전 분기(855건) 대비 30.1% 줄었고, 거래금액은 39.8% 감소한 2331억원으로 2년 만에 2000억원대로 떨어졌다.

부동산 급등기에 지산은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주택규제가 심해지자 낮은 임대료와 도심의 공업지역을 개발해 부가가치 상향이 가능한 투자상품으로써 주목받았다. 세금이 중과되지 않았고 전매제한이 없었다. 분양가의 80%까지 대출할 수 있던 점도 유인책이 됐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공실이 늘어났고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대출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경매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늘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넘어간 전국 지산은 1594건으로 전년 동기(688건) 대비 131.7% 증가했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중대형 면적은 복잡한 소유 구조와 높은 담보대출 비율로 수요가 줄고, 소형 면적은 경제 침체로 인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업 축소로 위축됐다”며 “여기에 지속적인 신규 공급까지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해 거래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