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11일 홍콩 방문을 끝내고 마닐라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필리핀 경찰에 체포됐다. ICC는 지난 7일 “두테르테가 반인륜적 살인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인터폴을 통해 두테르테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11일 오전 인터폴로부터 체포영장을 수령했다”며 “두테르테는 구금 중이며 건강은 양호하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에 이어 대통령 재임 중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최소 수천명을 살해한 혐의로 ICC 조사를 받아왔다. 이에 두테르테는 재임 중이던 2019년 필리핀의 ICC 탈퇴 결정을 내렸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필리핀 정부는 ICC에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간 동맹 관계가 파국을 맞자 정부의 태도도 바뀌었다. 정부는 ICC가 인터폴을 통해 체포를 요청할 경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와 측근들은 체포에 강하게 반발했다. 두테르테는 공항에서 체포되자 “내가 저지른 범죄가 무엇이냐”고 큰소리로 항의했다.
반면 마약과의 전쟁 때 살해된 희생자 유가족과 인권단체는 환영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두테르테 체포는 피해자 유가족들을 위한 정의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라며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김이현 기자